일본 보도에 따르면 지난 신연호 발표 이후 환구시보에서는 신연호가 이전 연호와 달리 중국의 고전이 아닌 일본의 고전인 만요슈에서 따 왔다는 점을 들어, 신연호가 첫 탈중국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하였으나, 이후 만요슈는 중국 고전 문학의 영향을 받았기에, 신연호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사를 수정하였다.
환구시보의 그간의 행보를 돌이켜보았을 때, 연호 발표 당일 갑작스럽게 기사의 수정이 이루어진 점은 애초에 중국 당국이 만요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국의 교육과정에서 만요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이 기사의 방향성이 급선회된 점은 애초에 만요슈에 대한 통일되고 일반적인 견해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며, 때문에, 수정된 기사에서 만요슈가 중국 고전 영향을 받았다는 보도는 그 저의에 정치색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신연호가 만요슈의 구절에서 따온 점은 일본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만요슈 자체가 일본의 문학사에 있어 입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연호의 제정을 계기로, 만요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여 만요슈 관련 서적의 판매가 증가하거나, 아시카가 시 소재 아시카가학교 및 다자이후 시 소재 사카모토하치만 신사 등 만요슈와 연관이 있는 고적에 대한 방문객이 급증하는 등, 신연호 제정으로 인하여 만요슈의 입지가 일본인들에게 있어 더욱 굳건해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환구시보의 보도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은 고문을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환구시보의 보도는 비단 이번 사례만이 아니라, 지난 사드 관련 보도에서도 보아왔듯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문화적인 영향력을 강조하여 왔다. 이러한 보도 행태를 유지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중국 정부 인민이 향유하는 중화사상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례 또한 그간의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례일지언정,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보다는 여전히 중국은 중화사상을 위시한 중국 중심적인 정치관 및 문화관으로 일관할 것임을, 한국이건 일본이건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자료
덧글
처음엔 '레이와'가 아베의 뜻?대로 기존의 중국고전이 아닌 일본고전에서 따온 순수한 일본식 표현이라 했습니다.그런데 알고보니 그 유래가 만엽집보다 앞선 장형의 문선에 실려있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링크한 환구시보 기사에 장형이나 문선을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加藤隆則 가 "만엽집 제5권의 '매화지가' 원문부분 역시 (알고보니)고대 중국문장에 의거한 것이었다《万叶集》第五卷《梅花之歌》的原文部分,还是按照古代中文的写法记录下来。"고 말한 게 그거.
저 얘기 울나라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일본 고전에서 찾았다더니…“새 연호 원출처는 중국 고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8&aid=0002448707
그와는 별개로, 아사히뉴스 보도에서는 이러한 속사정은 덮어버리고 만요슈가 중국 시가의 소재나 형식, 표현 등을 참고로 하였다고만 간략하게 보도가 되어, 환구시보가 의도적으로 만요슈의 고유성을 퇴색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긴 하나, 이 뒤에 가려진 부분까지 살피지 못하고 마냥 환구시보 탓으로만 돌린 것은 저의 명백한 실책입니다.